주목하지 않을 권리: 주의력 쟁탈전의 역사

번역서를 읽을 때는 원제도 미리 확인해보면 좋다. 인터넷 사용자의 권리와 사회 운동의 뉘앙스를 주는 번역 제목과 달리, 원제는 The Attention Merchants, 사람들의 주의력을 사고파는 사람 혹은 기업들이라는 뜻이며, 2016년에 출판되었다.

신문 같은 인쇄물에서부터 포스터, 라디오, 텔레비전 등의 매스미디어, 전쟁 중 모병 등을 위한 선전, 그리고 최근의 인터넷(검색, 블로그, 소셜미디어)과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에서 사람들의 주의력을 차지하(고 이를 돈으로 바꾸)기 위한 쟁탈전의 역사를 보여준다. 생생한 사례를 곁들여서. 지금은 상상하기 힘든 과장을 일삼은 의약품 광고나, 과대광고를 제어하는 입법을 막으려는 미국 광고업계나 신문의 시도가 미국에서는 100여 년 전에 이미 벌어졌다는 등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

몇 년 전부터 온라인 광고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더 흥미롭게 읽었다. 지금도 광고에 대한 내 생각은 혼란스러운데, 이상적으로 내세우는 효용에는 동의하지만 현실에서 그 이상이 얼마나 충실하게 구현되고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있기 때문이다. 광고를 보는 입장이냐, 다는 입장이냐에 따라서도 생각이 달라진다.

그래서 나는 사용자에게 선택권을 주었으면 좋겠다. 주의력을 파는 대신 돈으로 살 수 있는 선택권. 내가 웹사이트를 방문할 때마다 광고를 게재한 제작자는 수익을 얻을 텐데, 소비자로서 나는 광고를 안 보는 대신 그만큼의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 유튜브 프리미엄을 사용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텍스트 세계에도 유튜브 프리미엄 같은 사업 모델이 있으면 좋겠다. 퍼블리나 북저널리즘같은 유료 서비스를 결제해서 써보기는 했는데, 이런 특정 사이트의 페이월보다는 다양한 사이트와 블로그가 자유롭게 참여하는 연합 방식에 더 끌린다. 참여한 사이트는 공통의 광고-프리미엄 시스템을 갖춰서 유료 멤버는 편하게 콘텐츠를 볼 수 있고, 그 외에는 광고를 보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발생한 멤버십과 광고 수익을 배분하는 규칙이 중요할 텐데 아마 합리적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건 나 뿐인가? (유튜브 프리미엄 이용률이 낮다는 걸 보면, 보통 사람들은 광고를 보더라도 무료를 좋아하는 것 같고, 내가 특이한 것 같기는 하다.)

책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샛길로 빠져버렸다.

노란 형광펜

  • 1920년대에 라디오에서 광고를 한다는 것은 경멸까지는 아니더라도 논란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발상이었다. <프린터스잉크>조차도 "가정은 공공 영역이 아니므로 광고업은 초대받지 않은 이상 가정에 침범할 생각을 말아야 한다"고 의견을 밝힌 바 있었다., 13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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