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트: 멱함수 법칙의 새로운 사례들
『링크』를 썼던 바라바시 교수의 신작이라고 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책 『버스트』를 읽었다. 첫 페이지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은 말로 독자의 호기심과 불안감을 동시에 자극한다.
“내 연구진은 인간의 행동이 얼마나 예측 가능한지 확인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는데, 그것을 수백만 명의 사람에게 시험해본 결과, 실패한 사례는 단 하나뿐이었다.”
예측이 가능하려면 먼저 규칙이 있어야 한다. 그 법칙이란 『세상은 생각보다 단순하다』나 전작인 『링크』를 통해 이미 익숙한 멱함수 법칙이다. 차이가 있다면 이번에는 그 잣대를 시간축에 갖다 댔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웹페이지를 클릭하는 시간 간격, 또 이메일을 보내는 간격, 심지어 병원에 가는 간격에도 멱합수 법칙이 발견된 것이다. 다시 말해, 이벤트는 무작위적으로 발생하는 게 아니라 한꺼번에 몰려서 발생하는 시기가 있다는 것이고, 이런 특성은 폭발성이라는 말로 요약된다. 바로 책의 제목인 버스트다.
한 챕터에서 저자는 이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우선순위라는 개념을 떠올린 순간부터 실제 검증하기까지의 과정을 짧지만 무척 실감나게 그려낸다. 그렇게 폭발성의 바닥에 깔린 메커니즘이 규명되었다고 생각한 순간, 화제는 갑자기 동물과 사람의 이동 패턴을 모델링하는 문제로 옮겨간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눈동자 움직임이나 동물의 이동 경로처럼 인간 의식이 개입되지 않는 문제에서도 멱함수 법칙이 발견되었으니 인위적인 개념인 우선순위가 폭발성의 근본적인 원리일 수는 없는 것이다. (랜덤워크에서 각 걸음의 길이가 멱합수 법칙을 따르면 이를 레비 비행이라고 한다. 위의 사례들에서 레비 비행이 발견되었다.)
책에 다양한 사례들이 등장하는데, 그중에서 저자의 연구진이 직접적으로 기여한 부분은 사람의 행동 예측, 특히 과거 이동 패턴을 분석해서 그 사람의 미래 위치를 예측하는 문제였다. 저자가 첫 장에서 호기롭게 얘기한 인간 행동의 예측이 바로 이 얘기였다. 실험을 통해서 80%가 넘는, 꽤 높은 예측 정확도를 보였다고 한다.
내가 어디에 있는가와 내가 무엇을 하는가 사이에 꽤 높은 상관관계가 있을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 말이 “인간의 행동이 얼마나 예측 가능한지 확인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는데, (중략) 실패한 사례는 단 하나뿐이었다.”와는 좀 느낌이 다르지 않은가? 물론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링크』를 재미있게 읽은 사람에게 추천한다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 반대다. 이미 멱함수의 법칙 같은 용어에 익숙한 독자에게는 그렇게 새로운 내용이 없을지도 모른다. 흥미로운 헝가리 십자군 이야기나 새로운 멱합수 사례에 관심이 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노란 형광펜
- ‘더 적을수록 더 크다’는 리처드슨의 경구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중략) 큰 사건일수록 드물다는 것, 그것이 멱함수 법칙의 핵심 속성이라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사실은 그 반대다. 큰 사건이 반드시 일어난다고 봐도 좋다는 것, 그것이 핵심이다., 151p
- 일단 멱함수 법칙이 존재하면, 폭발성은 피할 수 없다, 152p
-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인간 행동 연구를 중단할까 하는 고민을 더러 심각하게 했다., 31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