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딕셔니어 미래를 계산하다: 게임이론으로 바라본 세상
바라바시 교수는 『버스트』의 말미에서 “근시안적인 나로서는 사람들의 행동을 예측하는 작업에 어떤 잠재력이 있는지 완전히 알지 못한다”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완전히 아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 잠재력을 현실화해서 이미 잘 활용하는 사람을 이미 서두에서 언급했다. “인간 행동을 예측하는 일은 현재 기업컨설턴트들과 손금 읽는 사람들에게 맡겨진 상태다.”
『프리딕셔니어, 미래를 계산하다』는 바로 그런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이 책을 쓴 브루스 부에노 데 메스키타의 직업은 당연하게도 손금 읽는 것이 아니다. 정치학과 교수이자 예측 컨설팅 회사의 회장이다. 1회 자문료만 해도 최소 5만 달러가 넘는다는 이 컨설팅 업체는 도대체 어떻게 미래를 내다보는 걸까?
게임이론으로 바라본 세상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인센티브에 따라 최대한 합리적으로 행동한다. 그래서 주로 다루는 분야도 국제정치, 외교분쟁, 법정소송 같은 것들이다. 책에서도 이런 일에 게임이론을 적용하여 결과를 예측한 사례가 나오는데, 흥미롭게도 첫 번째가 바로 북핵문제다.
방법은 간단(?)하다. 게임참여자(=이해관계자)를 모두 뽑아놓고, 그들이 최종적으로 원하는 결과를 수치화하고, 그들에게 이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얼마 만큼의 영향력을 갖고 있는지를 추정한 뒤에 저자가 개발한 게임이론 모형에 집어넣고 계산결과가 나오기만 기다리면 된다. 핵심은 1) 문제의 틀을 어떻게 짜고 2) 참여자에 대한 정보를 얼마나 정확하게 분석해서 수치화 하고 3) 얼마나 정교하게 게임이론 모형을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그 각각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은 이 책에서 얻을 수 없다. 그러면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게임이론을 통해 (특히 위와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사람들의 행동을 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으며, 심지어 그 결과를 이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책에 나오는 한 소송 사례를 보자. 저자가 컨설팅을 맡은 회사는 불리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저자는 상대편의 행동을 예측하는 모델을 만들어 결과를 살펴본 뒤 우리편이 취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을 시뮬레이션했다. 그중 최고의 결과를 가져오는 전략을 실제 행동으로 옮겼고 그 결과 전세는 역전되었다.
위와 같은 게임이론의 응용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기성과 합리성을 이용해 사람의 행동을 예측하는 게 가능하다면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데 활용할 수는 없을까? 저자는 그 예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관광업 수익의 일부를 상대방에게 분배하는 정책을 제안한다. 각자의 이익에 따라 최선의 행동을 취할 때 그것이 공공선에 부합하도록 인센티브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다. 이런 쪽으로는 게임이론 분야에서 Mechanism Design이라는 이름으로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자신의 예측 모델에 자신감이 가득한 저자는 과거와 미래의 예측에도 도전한다. 과거를 예측한다고? 1차대전 직전의 유럽 각국의 상황을 모형에 입력해서 정말 1차대전을 예측하는지 확인한 뒤 각 나라가 조금 다르게 행동했다면 전쟁을 피할 수 있었을지를 “예측”해보는 거다. 히틀러의 집권이나 냉전 결과에 대해서도 비슷한 게임을 해서 어쩌면 달라졌을지도 모를 과거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과거 예측은 그저그런 지적 유희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는지, 저자는 “창피당한 위험을 무릅쓰고” 이라크 전쟁이나 지구 온난화 문제에 대한 미래 예측도 내어놓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참고해도 좋겠다.
번역 제목에서 ‘예측’ 대신에 ‘계산’이라는 단어를 고른 것은 탁월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미래를 예측한다고만 했으면 기존 미래예측서와의 차별화에 실패했을 것이다. 하지만 역시 원제인 The Predictioneer’s Game이 책의 내용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 같다. 게임이론으로 미래, 아니 다른 사람의 행동을 예측하고 그 예측을 바탕으로 최선의 전략을 짜서 게임에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이자, 우리가 얻어내야 할 핵심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노란 형광펜
- 게임이론가들은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생각하고 그 일어나지 않은 일들의 예상된 결과를 실제로 일어난 일의 중요한 원인으로 본다., 8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