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디컬 마켓 5장 노동으로서 데이터 공급을 읽고

인터넷 서비스의 사용자는 일정 정도 그 서비스의 품질 향상에 기여한다. 구글 검색 결과에서 원하는 정보를 찾기 위해 열심히 클릭하는 사용자 덕분에 구글은 어떤 문서가 좋은지 어떤 문서가 별로인지 힌트를 얻게 된다. 그렇게 검색 품질이 개선되면 더 많은 사용자가 찾아온다.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에서도 이런 류의 선순환이 일어난다.

사용자는 서비스로부터 이미 충분한 효용을 얻어가고 있으므로, 로깅된 사용자의 행동 데이터에서 나오는 가치와 수익은 전부 서비스 제공 기업이 가진다는 계약에 모두가 합의하고 있는 듯하다.

사용자가 기여한 만큼 서비스의 광고 수익에서 자신의 몫을 요구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발상일까? 나는 충분히 고민해볼 만한 화두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현실에서 적용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우선, 서비스 기업에서 그렇게 할 이유가 없고 강제할 명분도 없다. 기여도를 정확하게 측정하기도 어렵다. 잘못하면 수익을 노리고 아무 문서나 마구 클릭해대고 좋아요하는 어뷰징만 창궐하게 될 것이다.

경제적인 관점으로 생각하면, 검색이든 소셜네트워크든 사실상 독과점인 상태이기 때문에 기업은 사용자가 제공하는 행위 데이터에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 원인이 그렇다면 해결책도 경제적으로, 시장 경쟁에서 찾아보자.

가령, 아직 성능이 구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경쟁 검색업체가 있다고 하자. 거기서 수익 공유를 무기로 사용자와 그들의 클릭 데이터를 얻는 전략을 쓰면 어떨까? (유튜브가 동영상계를 평정한 이유 중에 하나로 크리에이터에게 광고 수익을 나눠준 점을 많이들 언급한다.)

상상해보자면, 이런 것이다. 사용자가 검색한 키워드나 클릭한 행위가 얼마나 품질 향상에 기여했는지를 판단하는 모델을 만들고, 그 정도에 따라 광고 수익의 일부를 사용자에게 실제 금전적인 혜택으로 지불한다. 이런 서비스가 나온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일반 사용자로서는 품질이 다소 낮더라도 충분히 사용할 이유가 생긴다. 일단 트래픽이 발생하고 이 비즈니스 모델에 가능성이 보이면, 그동안 공짜였던 사용자 데이터를 얻기 위한 경쟁이 시작될 것이다. 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사용자 행동의 기여도와 가치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위에서 얘기한 어뷰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사용자는 제공한 데이터에 대해 제값을 받게 된다.

설사 그 경쟁이 또 다른 승자독식으로 끝난다 하더라도 그때의 계약 구조는 적어도 지금처럼 기업이 모든 수익을 다 차지하는 형태는 아닐 것이다.

현실성이 있는 이야기일까? 스타트페이지라는 검색 서비스가 있다.

이 회사는 구글의 검색 결과를 사서 트래커를 제거한 버전을 되팔고 있다. 개인 사용자의 행위를 추적하지 않을 뿐, 비영리조직은 아니다. 자기네 검색 결과 내에 광고를 노출한다. 즉, 프라이버시를 무기로 사용자 트래픽과 수익을 얻는 것이다. 여기서 프라이버시를 수익 공유로 바꾸면 여태까지 얘기한 바로 그 검색 서비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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