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식 투자 방법에 따른 수익률 비교 - KODEX 200
집에 인터넷 설치한 기념으로 적립식 투자 시뮬레이션을 해보았다. Daum 증권에서 2008년 10월 20일부터 2012년 5월 18일까지의 KODEX 200 종가 데이터를 가져다가 이런저런 방법으로 투자했을 때 수익률을 비교했다.
배경 지식
적립식 펀드의 유행 덕분에 적립식 투자라고 하면 매달 일정한 금액 만큼 주식을 사는 걸 떠올리는 사람이 많지만, 구체적인 방법에 따라 세분화할 수 있다. 일단, 주가에 상관없이 무조건 정해진 좌수 만큼 사는 방식이 있다. 실제로 그렇게 투자를 하면서 매달 모네타에 경과를 공유해주는 분이 계시다.
두 번째는 일반적인 적립식 펀드에서 쓰는 방법이다. 일정한 금액으로 살 수 있는 만큼만 구입함으로써 쌀 때는 많이, 비쌀 때는 조금 사게 된다. 주가가 최고치일 때 몰빵 투자를 했다가 망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이런 방식을 Dollar Cost Averaging, 줄여서 DCA라고 부른다.
VA라고 불리는 세 번째 방법은 약간 더 복잡하다. 보유한 주식의 현재 가치가 매달 일정하게 증가하도록 매수량을 조절하는 것인데, 쉽게 예를 들어보자. 나는 매달 주식의 가치가 20만 원씩 올라가게 투자하기로 정했다. 이번 달에는 주가가 5만 원이라서 4주를 샀다. 한 달 후에 보니까 주가가 4만 원으로 떨어졌다. 그럼 현재 내가 보유한 주가의 가치는 4만원 * 4주 해서 16만 원이다. 이번 달의 가치는 지난 달보다 20만 원 더 많은 40만 원이 되어야 하므로 나는 (목표 가치 - 현재 가치) / (현재 주가) = (40만 원 - 16만 원) / 4만 원 = 6주를 사야 한다.
다음 달에 주가가 폭등해서 6만 원이 되었다. 내 포트폴리오의 가치는 이제 60만 원이 되어야 한다. 나는 총 10주를 가지고 있고, 따라서 이미 가치를 채웠으니 이번 달에는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 만약 주가가 6만 원을 초과했다면 초과분만큼 매도해서 이익을 실현할 수도 있다. VA는 대충 이런 방식이다. 모네타에는 이 방법으로 투자하면서 경과를 올려주는 분도 계시다.
이 세 가지 투자 방법 중에 뭐가 가장 좋을까? 만약 그런 게 있다면 이미 모든 투자자들이 그 방법만 쓰고 있을 테니 부질없는 질문이라는 것은 분명하고, 그냥 한 번 실험이나 해보자.
시뮬레이션
위에 쓴 것처럼 2008/10/20 ~ 2012/5/18 기간 동안의 KODEX 200의 종가 데이터를 가져왔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씩 투자했을 때의 수익률을 비교했다.
보라색은 KODEX 200의 2008/10/20 종가를 기준으로 한 수익률로서, 벤치마크로 생각하면 된다. 2011년 5월에는 거의 2배까지 올라갔었네. simple은 매달 무조건 10주 씩 샀을 때를 의미한다. 이 그래프만 보면, VA의 완승이다. 주가가 오를 때는 수익률이 가장 좋고, 떨어졌을 때도 가장 방어를 잘 했다.
하지만, 이 그래프에서 투자 시작점이 고정되어 있다는 게 찝찝하다. 또, 이렇게만 성과를 평가하면 최종 주가에 너무 큰 영향을 받는다. 내가 딱 1년 동안 투자하기로 했을 때, 운 좋게 상승기에 투자를 시작했거나 혹은 하락기에 시작했을 때 수익률을 비교하면 어떨지 궁금했다.
위 그래프에서 simple/dca/va는 각 시점에서 1년 전부터 투자했다면 거뒀을 수익률이다. 2008년 10월부터 투자했다면, 2009년 10월에 VA는 40%를 먹었고, DCA는 약 30%를, Simple은 그보다 약간 적은 수익률을 얻었을 것이다. 차이가 작아서 잘 안 보이는데, 상승기에도 하락기에도 VA가 가장 좋은 성과를 보였다. 1년 수익률의 평균을 계산해보니 VA가 10.8%, DCA는 9.0%, Simple은 7.9%였다. 이 정도면 VA가 가장 좋다고 해도 될까? 그러기에는 두 가지 면이 걸린다.
- 투자 금액의 변동폭이 크다. 주가의 변화에 따라 매달 매입해야 하는 금액이 들쭉날쭉하다. 물론, 주가가 올라서 매입할 필요가 없는 달, 혹은 매입좌수가 음수인 달은 용돈이 생긴 기분이 들겠지만.
- 만약 해피엔딩이 아니었다면? 이 시뮬레이션에서는 코스피가 -중간 급하락에도 불구하고- 결국 우상향이라 좋은 결과가 나왔지만, 반대로 장기 하락이었다면 어땠을까? 꽤 오랜 기간 투자를 해서 보유 주식이 많은데, 계속 주가가 떨어지면 매꿔야 할 금액도 그만큼 커진다.
-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여기서 수익률만 고려했다는 점이다. VA는 중간에 주가가 높으면 매수가 줄어들거나 아예 매도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수익률은 높지만, 좌수가 상대적으로 적어서 수익금은 다른 것보다 더 적을 수 있다.
결론
엑셀은 정말 편리하고 유용한 프로그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