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화 서비스에 대한 개인적 생각
예전에는 맞춤형(Customization)이라고 불렀던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개인화(Personalization)라는 용어가 그 자리를 대체했지만, 말만 그럴싸하지 마땅한 응용은 없다는 푸념이 따라다녔다. 그러나 이제는 개인화가 너무 잘 되어서 무섭다는 말이 나오고 지나친 개인화의 사회적 부작용을 우려하는 책이 출판되는 걸 보면 기술의 발전 속도는 정말 빠르구나 싶다. 이것이 지난 몇 년 동안 보아온 개인화에 대한 단편적인 소감이다.
LiFiDeA님이 쓴 검색 개인화에 대한 글을 읽고, 그동안 개인화에 대해 막연히 가지고 있던 생각을 적어본다. 개인화의 의미는 상당히 포괄적으로 정의할 수 있겠으나 여기서는 검색과 추천이라는 분야로 한정했다.
검색
검색 결과, 특히 랭킹의 개인화에 대해 나는 다소 부정적이다. 정보를 찾기 위해 단어를 선택하고 입력하는 검색이 상대적으로 능동적인 행위라고 봤을 때, 똑같은 질문에 대해서 다른 사람과 다른 결과를 받아보는 것이 탐탁치 않을 뿐더러 살짝 불안하기까지 하다. 아직 고급 정보를 찾는 일이 별로 없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개인화된 검색이라고 했을 때 내가 떠올리는 예는 “쿠키”다. 검색창에 쿠키라고 입력하면, 웹브라우저의 쿠키와 먹는 빵 쿠키 중 아마도 내가 찾는 건 전자라고 판단하고 관련 글을 보여주는 그런 상황. 아니면 『생각 조종자들』에서 예로 드는, 똑같은 검색어에 대해서 누구는 투자 정보를 보여주고, 누구는 사고 뉴스를 보여주는 상황. 어느 경우든 별로 내키지 않는다.
개인화로 얻으리라 기대되는 편리함과 유용함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같은 눈높이를 유지하는 쪽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구글 검색할 때 가급적 로그인을 피하고, Safari Cookies를 써서 웹브라우저를 닫을 때마다 쿠키가 자동 삭제되도록 하는 것도 모두 그런 이유에서다. (덕분에 Bugs 같은 사이트 팝업에 “앞으로 보지않기”는 누르나마나가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해서 개인화라는 방향에 완전히 저항(?)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능동적”인 검색 행위에 걸맞게 개인화도 명시적으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쿠키”의 예로 돌아가면, 나의 검색 결과를 암묵적으로 바꿔버리는 대신 나에게만 특별히 “인터넷 쿠키”로 검색해보라고 도와주는(guide) 것은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추천된 검색어가 나에게 개인화되었음이 확실하게 드러나야 하고, 원한다면 그 옵션을 끌 수도 있어야 할 것이다.
추천
개인화에 있어 개인적으로 검색보다 더 기대하고 필요를 절실하게 느끼는 분야는 추천 시스템이다. 이미 상용화된 수많은 추천 시스템이 있고, 협업 필터링(Collaborative Filtering) 기법을 써서 내가 좋아할 만한 것을 추천해주는 서비스가 있다지만, 나는 여전히 읽고 싶은 글, 만족스러운 글을 찾아 인터넷을 헤맨다. 자극적인 제목으로 클릭을 유도하는 언론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은 인터넷 뉴스 기사, 메타 블로그 사이트에서 매번 추천을 받고 올라오는 판에 박힌 스타일의 글, 그리고 상업성 홍보성 글에 질려간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공개적인 추천 시스템은 구조적으로 추천 사냥꾼에게 노려질 수밖에 없다. 추천은 알찬 내용에 대한 결과가 되어야 하는데, 추천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추천을 많이 받는 글을 벤치마킹해서 비슷한 스타일로 제목을 짓고, 비슷한 주제의 글을 비슷한 스타일로 쓴다. 물론 이런 인센티브가 긍정적인 효과가 있고, 또 그런 과정을 통해 나름의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이겠지만, 정말 조심스럽게 관리하지 않으면 그런 흐름 속에 다양성은 수그러들고 만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몇몇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만큼은 공개적인 추천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추천 서비스에 대한 또 다른 우려는 특정 회사의 비지니스 로직에 휘둘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블로그에 광고가 달려있고 실제로도 애용하는 인터넷 서점인 알라딘이 대표적인 예다. 아마존처럼 알라딘도 사용자가 과거에 구입한 책을 보고 그가 관심있어 할 만한 책을 알려주는 추천 마법사가 있다. 무척 좋은 시도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 문제만 빼면.
서비스 초창기부터 추천 결과에 최신 도서 말고 오래된 책도 같이 넣어달라는 요구가 있었던 걸로 안다. 그러나 오늘도 나의 마법사가 골라준 책 목록은 신간 도서들로 가득하다. 32권 중 가장 오래된 책의 출판일이 2011년 7월이다. 너는 바보야, 신간밖에 모르는 바보. (내가 신간 도서만 구입했기 때문에 그럴 거라고? 아니다. 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출판된 지 1년 반이 지나서 정가제 Free가 된 도서만 주로 구입했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나는 철저히 순수하게 개인화된 추천 시스템을 원한다. 나를 이해해 주고,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그런 개인화.
자기만의 인터넷 대리자
조금 많이 나간 얘기같지만, 미래에는 모든 사람이 저마다의 검색 엔진과 지능형 에이전트(=추천 시스템)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에이전트는 말 그대로 인터넷 공간에서 나의 대리자 역할을 한다. 만약 웹서핑 중 쿠키를 심는 방식으로 개인정보를 가져가려는 웹페이지가 있으면 나를 대신해서 거래하여, 줄 만한 건 주고 무시할 건 무시한다. 또, 누적된 개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내가 좋아할 만한 것, 알아야 할 것을 골라온다. 그러기 위해 외부 데이터베이스와 거래를 하는 것도 역시 이 에이전트의 몫이다.
물론, 결과에 대해서는 나에게 피드백을 받아서 학습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유일한 기준은 바로 나이며, 나의 선호도는 밖으로 공개되지 않는다. (이 에이전트의 행위, 가령 어떤 웹사이트를 자주 방문하는지를 분석해서 나의 개인정보를 캐내려는 시도도 물론 있을 수 있다. 그런 무리에 대비해 에이전트는 훼이크로 여러 웹사이트를 방문하는 척한다…;)
그렇다면 에이전트는 누가 제어하는가? 당연히 사용자 자신이다. 이를 위해 에이전트 프로그램은 오픈 소스로 공개되어 있고, 상업적인 제품도 있어서 사람들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골라쓸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에이전트와 사용자 간의 인터페이스는 자연어가 되어야 한다. 누구나 자기만의 에이전트를 가져다 교육시키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조건이다. 결국… 학부 시절에 접했던 만화 쵸비츠가 내가 생각하는 인터넷, 개인화의 미래였던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