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몸 다이어트 설명서: 과학적으로 살을 빼보자
나날이 늘어가는 뱃살을 말로만 걱정하다가 드디어 『내몸 다이어트 설명서』를 읽었다. 제목이 아류처럼 보이지만 『내몸 사용설명서』로 “~사용설명서”라는 제목을 유행시킨 마이클 로이젠과 메멧 오즈가 직접 쓴 다른 책이다. 영어 원제는 각각 “You: The Owner’s Manual”와 “You: On A Diet: The Owner’s Manual for Waist Management”로 나름 시리즈다.
현직 의사가 집필한 책답게 비만에 관한 다양한 과학적 사실을 제공한다. 우선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시상하부에서부터 위와 장 따위의 소화기관으로 내려가면서 식욕, 포만감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 소화기관에서 벌어지는 일을 설명한다. (2~4장) 다음으로는 비만의 주범인 지방 그 자체를 다루고 (5장), 이어서 비만과 호르몬이나 감정, 스트레스와의 관계도 얘기한다. (6~8장) 나는 다이어트 지식에만 관심이 있어서 주의깊게 읽지 않았지만, 다이어트에 여러 번 실패했거나 시작하기가 힘들다는 사람에게는 9~10장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뒤에는 종류별 / 부위별 운동방법 (11장), 식단 예제 (12장) 같은 구체적인 행동지침이 있어서 참고가 된다.
전체 구성은 이렇듯 깔끔하지만 막상 읽어보니 각 장 안의 내용 구성은 조금 아쉽다. 내용이 빈약한 건 아니지만 했던 말을 중언부언하거나 한곳에 모아서 명쾌하게 정리하면 좋을 내용이 여러 군데 흩어져 있어서 읽는 동안 정리가 안 되는 느낌이 좀 들었다. 저자가 두 명이라서 그랬는지 복잡한 의학 지식을 한 마디로 전달하기가 어려워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전체적인 소감은 요정도로 하고,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배운 다이어트 상식을 정리해보았다.
굶기만 하는 다이어트가 소용없는 이유
너무 적게 먹거나 오랜 시간 굶으면 신진대사율이 감소한다. 뇌가 현 상황을 기아 상태로 인식해서 지방을 연소하는 대신 저장하는 모드로 바꿔버리기 때문이다. 몸밖에서는 힘들게 식욕을 참고 있는데 안에서는 지방을 안 쓰려고 기를 쓰고 있으니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먹는 음식의 중요성
식욕과 관련해서 몸속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저장된 지방에서 렙틴을 분비하면 식욕억제 물질이 자극된다. (운동은 이런 활동이 더 잘 동작하게 한다.) 반대로, 위가 비면 그렐린이 분비되어 식욕을 자극한다. 이 둘의 싸움 결과에 따라 식욕을 느끼는 것인데, 전투가 체중 조절에 유리하게 전개되도록 하는 방법이 연료, 즉 음식의 선택이다. 살을 찌우면서도 포만감에 거의 기여하지 못하는 음식을 먹으면 적군을 돕는 셈이다. 그 대표적인 예는 설탕(액상과당)이다.
영양소가 몸속에서 처리되는 방식
- 당 (단순당, 복합당질): 즉시 사용되지 않으면 지방으로 변환된다. (e.g. 콜라)
- 단백질: 아미노산으로 분해되어 몸의 구성 성분으로 쓰이며, 에너지원으로서는 우선순위가 가장 낮다.
- 지방: 쪼개져 지방산 형태로 흡수되며 단순당이 부족할 때 근육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견과류나 생선에 들어있는 몸에 좋은 지방과, 육류지방처럼 몸에 나쁜 지방이 있다.
소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
체질에 맞지 않거나 독소를 함유한 음식이 들어오면 장의 수비군과 음식물 간에 한바탕 전쟁이 벌어진다. 이때 발생하는 장내 염증은 효율적인 칼로리 소비를 막고 스트레스에도 영향을 준다.
장 내에는 우리 몸에 파국을 초래하고자 어떻게든 장벽을 뚫고 혈액 내로 침입해 빠른 속도로 증식하려는 이질적인 세균이 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장벽을 뚫기 위해서는 철통같이 장벽을 지키는 수비군과 싸워야 한다. 소장에서 면역체계의 일부인 비만세포와 대식세포는 외부 침입자와 맞서 싸우는 장의 방위대라고 할 수 있다. (118 페이지)
소장에는 기분을 좋게 만드는 호르몬인 세로토닌의 95퍼센트가 존재하며 (120 페이지) 몸에 해로운 음식을 먹고 나서 신체적으로 그리고 감정적으로 안 좋은 경험을 하게 되는 건 소장에서 벌어지는 일과 관련이 있다.
포만감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
- CCK(콜렛스토키니)라는 물질이 포만감을 뇌에 전달한다. 포화지방은 CCK의 민감도를 저하시키며, 렙틴 분비량도 상대적으로 적다.
- 혈당이 높아지면 포만감을 느끼지만, 단순당을 먹으면 혈당 수치가 떨어져서 다시 허기를 느낀다. 과자나 초콜릿이 부질없는 까닭.
- 몸은 종종 갈증과 배고픔을 혼동할 수 있다. 배고플 때는 먼저 물을 마셔보자.
하지만 배고픔은 시도때도 없이 찾아온다. 그때를 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어느 집에나 소화기가 비치되어 있는 것처럼 ‘배고픔’이라는 불을 끌 수 있는 소화기 같은 음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배고픔을 느낄 때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는 아몬드, 땅콩, 호두, 잘라놓은 과일과 채소, 말린 과일, 냉동 에다마메 등이 있다. (326 페이지)
스트레스의 영향
우리 몸에는 세 종류의 지방이 있다.
- 중성지방 형태로 혈액을 도는 지방
- 피하지방: 피부 표면 아래에 있는 지방 (e.g. 허벅지)
- 그물막지방(내장지방): 마른 비만 혹은 올챙이배를 만드는 주범으로서 위 근육 아래에 매달려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티솔이 분비되는데, 급성 스트레스의 경우에는 금방 떨어지지만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동안은 계속해서 높은 수치를 유지한다. 그물막에는 이 코티솔의 수용체가 있으며 코티솔은 그물막지방이 쌓이는 것을 촉진한다. 다시 말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배가 나온다.
필요한 운동
- 근력운동: 지방 1kg이 2~5칼로리를 소모하는 반면 같은 양의 근육은 80~240칼로리를 소모한다. 몸에 남은 칼로리를 자동으로 소모하는 귀중한 근육을 단련하려면 근력운동으로 근섬유를 강화하고 근육의 크기를 늘려야 한다.
- 유산소운동(심혈관 강화운동): 칼로리를 태우며 혈압을 낮춰준다. 땀으로 몸속 독소를 배출하는 효과도 있다.
- 유연성 운동: 기분이 좋아지고 사고가 나도 부상을 덜 입는다.
복근운동 자체는 지방을 태우지 못하지만 중심 근육을 강화시켜 주기 때문에 지방이 빠지면 나올 데는 나오고 들어갈 데는 들어간 매끈한 복근이 생기게 된다. (208 페이지)
배꼽 부분이 쏙 들어가게 숨을 들이마시고 엉덩이를 조여라. 머리꼭대기가 천장에 매달린 줄에 의해 당겨지고 있다고 가정하고 자세를 잡아보라. (정말 잘 이해되는 묘사) (211 페이지)
이제는 실천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