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ising Students for Success
대학원에서 우리가 흔히 쓰는 ‘지도교수’의 영어 호칭은 Advisor다. 감독자(supervisor)나 관리자(manager)가 아니라 ‘조언자’라는 것은 다소 낯설지만 또 한편으로는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학생과 지도교수의 역할과 관계에 대해 고민하던 기억이 아직 머릿속에 남아 있는 탓일까. CACM 3월호에 대학원생, 특히 박사과정 학생과 그 지도교수를 위한 조언이 실린 것이 눈에 들어왔다.
기고자인 Jeffrey D. Ullman은 스탠포드 대학교의 컴퓨터공학과 교수이며 지금까지 53명의 박사과정 학생을 지도해왔다. 그가 학위논문(thesis) 주제의 선정이나 연구 방식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들려주는데,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주제 선정에 대한 확고한 소신이었다. ‘연구를 위한 연구, 논문을 위한 논문’을 지양하고, 학생 스스로 정말로 의미있고 풀 가치가 있는 문제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대학원의 목표는 -학위 그 자체가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만들고 독립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쓰고 보면 너무 당연한 얘기같지만, 이런 글이 실린다는 것은 현실에서는 꼭 그렇지 않다는 고백 아닌가)
그러면서 저자는 오래전 벨 연구소에서 인턴하던 시절의 경험담을 들려준다. Multics라고 해서, 당시로서는 최첨단 하드웨어였던 GE635 컴퓨터의 운영체제를 개발하는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여기에 여러 개의 레지스터를 활용해서 컴파일하는 기법이 필요했다고 한다. 그리고 Ravi라는 학생이 이러한 업계의 요구로부터 문제를 발견하여 해결 알고리즘을 고안해내고 학위논문까지 완성했다는 이야기다. 즉, 다른 사람의 논문을 보고 ‘남겨진 문제’(open problem) 중에서 하나를 골라 약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자 스스로 고객(넓은 의미에서)의 요구를 파악하고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며 또한 그렇게 할 때 보다 가치있는 성과를 이뤄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물론 이러자면 연구 최전선에서 그 분야의 트렌드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므로 -학생의 특권이라고 할 수 있는- 인턴쉽 기회를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꼭 그런 기회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방식, 이를테면 벤처 창업 같은 것도 말리지 않는다고 한다. 적어도 Ullman 교수는 말이다.
읽다 보니 도대체 연구 주제를 어떻게 선정해야 하는가, 과연 이것이 논문 거리가 되느냐를 두고 사람들과 열띤 대화를 나누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에는 자신의 연구 스타일을 강하게 드라이브 하던 분께는 막 반항(?)하고 그랬더랬다. 암튼 해외 유명 학교의 교수 중에는 이렇게 지도하는 사람도 있구나 싶어서 간단히 소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