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의 장사 이야기: 비밀 레시피보다 운영의 기술

외식사업가 백종원이 요식업 현직자와 희망자에게서 많이 받은 질문에 대한 생각을 담은 책이라고 하는데, 식당을 열 계획이 없는 나같은 사람도 재미있게 읽었고 배울거리가 많았다. 책의 주제는 아래의 말로 요약되는 것 같다.

장사가 잘되는 요인은 요리가 다가 아니다. 정말 배워야 할 것은 양념 비법이 아니라 가게를 운영하는 전반적인 방법이다., 121p

기억에 남는 구절을 몇 개 소개한다.

도메인 지식의 중요성

음식을 모르면 서빙을 할 수 없다. 어떤 음식이냐에 따라 서빙 순서가 다르고 음식이 나오는 타이밍도 다르다. 밑반찬을 미리 갖다 주는 이유는 뭔지, 고기가 왜 이 타이밍에 나오는지, 찌개는 언제 나와야 좋은지 직접 경험해야 안다., 22p

역시나 현장에서 배울 수 있는 경험의 가치를 강조한다. 음식 뿐만 아니라, 초기에는 권리금을 비싸게 주더라도 가능하면 상권이 좋은 입지와 접근성이 높은 1층을 확보하여 손님이 많이 오게 하는 것을 추천하는데, 이익이 적더라도 손님이 와서 매출이 발생하면 어떻게든 운영은 된다는 현실적인 요인 그리고 실제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스스로 틀을 깨는 방법

식당을 하려면 많이 먹어 보라고 말한다. 하지만 먹어 본 것을 진짜 만들지는 말아야 한다. (중략) 웬만해서는 그 음식 맛이 나지 않는다. 그럴 때는 먼저 머릿속으로 만들어서 연구를 하는 게 좋다. 손으로 만들면 10시간이 걸리지만 머리속으로 만들면 1시간이면 충분하다. (중략) 나는 한 번 먹은 음식은 기가 막히게 흉내를 잘 낸다. 하지만 기존의 방식이 아닌 나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만든다. 내가 추구하는 원리는 기존의 틀을 깨는 것이다. 출발점이 여기고 목표점이 저기라고 정해지면, 남들이 많들어놓은 고정관념을 버리고 내가 생각하는 단거리로 간다. 26 - 27p

초심자일 때는 일단 배우는 게 우선이지만 기본을 떼었다면 이런 식으로 기술을 연마해도 좋을 것 같다. 기존에 존재하는 것을 많이 찾아보고 좋아보이는 게 있으면 답을 보지 않고 나름대로 만들어본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직접 해보면서 실은 몰랐다는 것을 깨닫기도 하고, 결과를 비교하다가 더 좋은 방법을 발견하기도 한다. 때로는 ‘난 왜 그 방법을 생각 못했지’라는 고민이 더 깊은 이해를 선물한다.

홍콩반점이 저렴할 수 있는 이유

난 중국집 주방장들이 본격 요리가 아닌 짬뽕, 짜장만 만들면서 매일 자기 능력의 50~60퍼센트밖에 쓰지 않는 데에 주목했다. 자, 난자완스나 깐풍기나 양장피 같은 요리의 매출이 없다고 치면, 이런 요리 기술에 특화된 주방장이 필요 없지 않을까? 일반 중국집에서는 짜장, 짬뽕을 만들어 내는 일은 주방 보조가 더 많이 한다. 그래서 짜장, 짬뽕만 하는 식당을 생각했다. 그것도 짜장, 짬뽕소스를 그때그때 간을 봐서 만드는 게 아니라 양념장처럼 한꺼번에 미리 만들어 놓고 사용할 수 있다면 볶는 것만 배우면 된다. 볶는 기술은 정말 사흘 만에 배울 수 있다. (중략) 이런 방식을 도입한 곳이 바로 ‘홍콩반점0410’이다. 30 - 31p

이 책에서 가장 강한 생각의 펀치를 맞은 내용이다. 가게를 운영하는 관점에서는 요리사/주방장의 비용과 효용이 이렇게 보일 수 있구나. 급여를 받는 입장에서 생각해왔던 노동과 경험의 시장 가치를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보게 한다.

운영의 기술

식당을 운영해보지 않은 사람은 생각해보지 않았을 디테일, 그러나 알고 나면 자기 일에도 영감을 주는 내용이 꽤 나온다.

  • 분식점이라면, 라면을 끓이는 중에 새로운 라면 주문이 들어오고, 1분 후에 또 주문이 들어와도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는 그 와중에 떡볶이와 김밥 주문도 동시다발적으로 들어온다.
  • 오늘 음식이 10개만 팔려도 내일 재료가 활용 가능하다면 좋다.
  • 주방의 크기는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아야 하며, 동선이 최적화되지 않으면 일하는 사람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 음식 종류에 따라서 테이블 간격이 달라야 한다.
  • 사장은 주방보다는 홀에 있어야 한다. 사장이 손님을 보지 않고 음식만 만들고 있어서는 가게가 잘 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식당을 운영하면서 자존심이 상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이야기가 페이지 곳곳에 묻어 있다. 그만큼이나 강조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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