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치질을 배우면 모든 게 못으로 보인다는 말
망치질을 배우면 모든 게 못으로 보인다는 말이 있다. 이제 갓 뭔가를 배운 초심자가 그게 만병통치약이나 되는 듯 온갖 세상 문제에 다 적용하려고 할 때 놀리는 용도로 종종 쓰인다.
전문성은 단순 지식의 양이 아니라 그 분야에 대한 맥락있는 지식, 깊이 있는 이해에서 나온다고 한다. 내가 하는 말은 아니고 어딘가에서 본 얘기인데, 어쨌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망치질을 예로 들면, 언제 망치로 때려야 하고 언제 드라이버로 돌려야 할지를 상황에 따라 적절할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겠다.
그런데, 다양한 경우에 망치질을 해보지 않으면 언제가 적합한지를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 책으로? 전문가의 조언으로? 물론 그런 간접적인 학습이 시행착오를 줄여주기는 하지만 직접 도전해서 성공이든 실패를 겪은 뒤에야 배울 수 있는 것도 있다. 망치로 나사를 때려서 벽을 부숴보고, 작은 망치로 큰 못을 주구장창 때리면서 땀을 흘려보고, 딱 적당한 크기의 망치로 못질을 할 때의 경쾌한 타격감도 느껴봐야 나중에 엉뚱한 실수를 하고 있을 때 그 사실을 알아챌 수 있지 않겠나.
그렇다고 누군가가 진짜 망치로 모든 것을 다 박아보려고 나설 때, “그래, 배우는 중이구나. 맘껏 해보렴” 하고 방치하는 것도 답은 아니다. 다양한 오류를 효과적으로 범하고, 성공 경험도 적당히 해보도록 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전문성은 분야마다 존재한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한 사람이 A에는 베테랑이지만 B는 초짜일 수도 있다는 아주 당연한 얘기다.
내가 나름 전문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분야에서 누가 방금 배운 망치질을 써먹고 싶어 하면, 모든 게 못으로 보이냐는 구박이나 비웃음보다는 좋은 못과, 못처럼 보이지만 망치질을 해서는 안 되는 못, 그리고 실수해도 안전한 보호장비를 마련해주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내가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분야라면, 방금 책에서 읽은 걸 나만 안다는 착각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고, 내 생각에 시도하면 좋을 것 같은데 앞선 사람들이 안 하는 게 있다면 그 이유를 정중하게 물어보는 겸손함을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