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자동차톡: 자동차의 매력을 알려주마
자동차 잡지 기자와 호프집에 마주 앉아서 맥주 한 잔 걸치고 있자면 꼭 이렇지 않을까 싶다. ‘도대체 자동차에 어떤 매력이 있길래 그에 대한 취재와 글쓰기를 업으로 삼는 기자가 되었을까?’ 이런 궁금증을 가진 나를 앞에 앉혀놓고 저자는, 아마도 잡지 기자 특유의, 여성 잡지에서나 보던 호들갑스런 표현을 섞어가며, “난 이런 것도 해봤는데, 넌 그런 경험 없을걸” 이러고 슬쩍 경험을 과시하다가, ‘에이 관심없어’ 하고 물러설라 치면 “자동차 역사엔 이런 뒷얘기도 있어. 재밌겠지?”라며 다시 귀를 쫑긋하게 한다.
이 책을 읽은 이유는 내가 대부분의 다른 남자들과는 달리 자동차에 완전 문외한이기 때문이다. 운전을 시작한 지도 며칠 되지 않았고, 관련 용어도 제대로 알지 못해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용어도 익히고 자동차 분야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얻을 요량으로 집어든 책이다.
덕분에 “제로백” 같은 단어의 뜻도 알게 되었고, 세단/쿠페/해치백/컨버터블이 차의 종류라는 것도 배웠다. 또한, 페라리, BMW, 메르세데스, 시트로엥 같은 브랜드 이름에 익숙해졌고, 거기에 얽힌 탄생비화나 창업자 이야기도 몇 가지 써먹을 수 있게 되었다.
람보르기니는 원래 트랙터를 만드는 회사였다. 그 창업자 람보르기니는 페라리의 클러치 결함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엔쵸 페라리에게 면담을 신청했으나 ‘트랙터나 만들던 사람이..’ 라는 이유로 거절당하고 만다. 이에 복수하기 위해 페라리보다 더 빠른 차를 만들자는 기치로 스포츠카 산업에 뛰어들었고, 불과 몇 년 후 ‘람보르기니 미우라’가 탄생했다.
시트로엥의 창업자 앙드레 시트로엥은 광고의 달인이었다. 자사 자동차 홍보를 위해 사하라 사막과 아프리카 대륙을 횡단하는가 하면, 차체의 튼튼함을 보이기 위해 지붕에 코끼리를 올리고 파리 시내를 달리기도 했다. 그렇다고 마케팅만 한 건 아니고… 기술적으로도 여러가지가 있는데, 대표적인 것은 셀프센터링(회전 후 핸들(=스티어링 휠)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을 발명한 사람이 바로 이 시트로엥이라고 한다.
코카콜리와 펩시 사이의 경쟁 광고는 이미 일반에도 유명한데, 자동차 업계에도 그런 게 있었다고 한다. 이른바 BMW와 아우디 사이의 비방 광고 혈전. 포문은 BMW가 먼저 열었다.
“2006년 남아공 올해의 차 아우디에게 축하를! - 2006년 세계 올해의 차 BMW로부터”
그러자 발끈했을 아우디, 여기에 화답한다.
“2006년 세계 올해의 차에 뽑힌 BMW에 축하를! - 르망 24시간 레이스 6년 연속 챔피언 아우디로부터”
어떤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의 이런 유치한 모습은 언제 봐도 귀엽고 참 멋지다 (ㅋㅋ)
대략 이런 내용들이 잔뜩 담겨 있다. 짧지 않은 기간을 자동차 기자로 살아온 저자는 F1이나 레이서를 얘기할 때는 과거를 추억하기도 하고 모터쇼와 하이브리드/전기차 등 최신 트렌드를 다룰 때는 기자로서 본 생생한 모습을 전하기도 한다. 덕분에 이 책 마지막 장을 덮을 즈음에는 나까지 자동차의 매력에 흠뻑 빠지지는 못하더라도 왜 이 사람이 자동차에 열광하는지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애초 목표인 자동차라는 물건과 관련 산업에 대한 이해는 자연스레 따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