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트: 원격 근무에 대해서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원격 근무 관련해서 어떤 것은 과소평가하고 어떤 것은 과대평가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비언어적인 소통
사무실이라는 한 공간에서 일한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많은 것을 공유한다. 옆자리 동료가 계속 자리에 없다면 회의가 많고 바쁜가 보다 예상할 수 있고, 지나다 마주치는 표정으로 그 사람이 기분이 좋은지 스트레스 받는지 눈치챌 수 있고, 슬쩍 컴퓨터 모니터를 보는 것만으로 지금 어떤 이슈가 있고 무슨 일을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런 비언어적인 신호를 통해서 파악한 동료 정보는 함께 일을 하는 데 있어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원격 근무를 하게 되면 명시적으로 표현하기 미묘한 이런 상태들은 공유하기 어렵다. 책에서 얘기하는 원온원(One-on-ones)처럼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동기화된 업무 방식
사무실에 모여서 일을 하면 언제든 팀 동료에게 접근가능하다는 전제를 깔게 된다. 내가 뭔가를 만들 때에는 누가 그걸 만든 사람을 찾으면 내가 바로 응답할 수 있다는 가정을 하고, 반대로 내가 어떤 이슈를 던지면 팀에서 바로 응답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즉, 동기화된(Synchronized) 업무 방식이다. 이런 방식은 완벽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고 피드백 사이클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지만 인터럽트로 인해 생산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동기화를 요구하는 환경밖에 경험하지 못했다면 동료에게로의 접근성이라는 요소를 무척 높게 어쩌면 지나치게 높이 평가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원격 근무 시스템은 이 전제를 뒤집는다.
떨어져서 일하게 되면 동료에게 업무 요청을 해도 응답을 받기까지는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혹은, 동기적으로 일하기로 약속한 시간(책에서 제안한 상호 중첩되는 근무시간)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런 동기적인 업무 방식은 그대로 남겨 놓은 채 원격 근무를 하게 되면 아무리 좋은 통신 기술을 도입하더라도 바로 옆에서 일하는 것만큼 좋을 수 없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원격 근무를 효과적으로 하려면 비동기적인 업무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것은 큰 변화다. 당장 내가 자리에 없더라도 다른 사람이 일을 진행하는 데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한다. 프로그래머라면 코드의 품질, 문서화를 동기적으로 일할 때보다 높은 수준으로 작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 동료로부터 즉각적인 피드백이 없더라도 개개인이 스스로 정보를 찾아보고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읽기와 쓰기 능력이 모두 지금보다 훨씬 중요해진다.
이런 변화를 감수하면서까지 원격 근무를 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책에서 열심히 대답하고 있다.
노란 형광펜
- 원격근무로 인해 분산된 업무환경으로 이행해 가는 과정에서 가장 큰 변화는 동시적 협업에서 비동기 협업 체계로 바뀌는 것이다., 24p
- 직원 한두 사람을 시베리아로 보내 놓고는 제대로 원격근무를 실험해 봤다고 할 수 없다. 제대로 된 실험을 하려면 적어도 한 팀 전체를 보내야 한다. 프로젝트 관리자와 핵심 인력까지 전부 다! 그리고 시간을 충분히 주고 새로운 업무환경에 적응하게끔 해야 한다., 129p
- 원격근무 환경에서 관리자는 멀리 떨어져 있는 직원의 근심 어린 눈빛을 볼 수 없다., 146p
- 우리가 발견한 가장 좋은 방법은 실제로 우리 업무를 정식으로 하기 전에 작은 업무를 시켜보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채용 전 단계’라고 부른다. ‘채용 전 단계’의 지원자에게는 1주에서 2주 정도 걸리는 미니프로젝트가 주어진다. 우리는 지원자에게 미니프로젝트를 하는 대가로 약 $1500의 급여를 준다., 164p
- 최종후보자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나면 점심을 같이 했던 팀동료들과 모여서 회의를 한다. 여기서 최종후보자들의 태도는 어땠는지, 같이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지, 식당의 웨이터를 포함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적절히 대했는지, 우리 회사와는 잘 맞을지 등 다양한 이야기를 한다. 이 단계에서는 철저하게 팀동료들의 의견을 존중한다., 168p
- 복잡한 주제로 이야기해야 하거나 서로 많은 정보를 주고받아야 하는 경우에는 직접 만나서 대화하는 것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 그러나 그런 회의가 항상 생긴다면 그 가치가 사라진다. (중략) 원격근무를 할 때 직접 만나는 일은 드물기 때문에 더욱 가치 있게 느껴진다., 198p